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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헌 미술평론가
2018-03-23

복잡하고 어려운 미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글로 잘 쓸 수 있을까? 이번 워크앤피플에서 이양헌 미술평론가와 그 힌트를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 | 이용준

 

이양헌
이양헌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연구자로 활동하였다. 2016년에는 <비평실천>을 기획하며 미술 평론의 현재를 조명하여 큰 호평을 받게 되었다. 현재는 아트인컬쳐, 미술세계, 퍼블릭아트 등 비정기 평론 글을 기고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INTERVIEW

 

Q. 어떤 계기로 미술 이론을 공부하게 되었는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술관에서 샤갈 전시를 봤어요. 샤갈의 작품 중에는 러시아 절대주의 영향을 받아 검은 사각형이 그려진 그림이 있는데요. 당시 도슨트의 설명을 알아듣기 어려웠고 충격도 받았어요. 하나의 미술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던 거예요. 그때부터 미술 작품을 분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미술이란 게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 아니고, 인류가 가진 정신적 유산을 물질적으로 구현해 내고 그걸 보존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나중에 미술사를 공부하며 현대미술에 호기심이 생겼고, 미술 작품에 대한 글을 쓰는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Q. 미술평론은 어떤 분야인가요?
우선 미술 평론은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에요. 여러 작가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작업을 보며 어떤 작업이 좋은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밝히는 게 기본적인 평론의 역할이에요. 보통 평론하면 날카로운 비판 위주의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평론의 첫 목적은 작품에 대한 애정이에요. 애정을 갖고 이 작품이 왜 의미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죠. 요즘에는 평론이 하나의 스타일, 문체, 글쓰기 방식을 실험하면서 마치 작가가 작품을 만들 듯 하나의 독립된 창작물로 인정받는 경향도 있어요. 동시대 미술에서 텍스트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취급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평론 글도 하나의 작품 내지는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로 인정받고 있죠. 최근에는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동료 플레이어로서 주변 미술가의 작업을 보고 주관적인 감상을 글로 풀어내는 역할로 변화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Q. 미술 평론가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전에는 등단이라는 전통적인 관문을 통해 평론가로 인증받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최근에는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 같아요. 누가 의뢰하지 않아도 주변 지인의 작가들 위주로 자체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지요. 자기가 원하는 특정 대상이나 작품을 쓰기도 하지만, 의뢰나 청탁을 받아 글을 쓰기도 해요. 특정 기관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그때그때 청탁을 받는 방식이 대부분이에요. 예를 들면 월간지 같은 매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특정 전시의 리뷰를 쓰거나, 작가에 관한 크리틱을 쓰며 생활해요. 작가에게 도록이나 전시 관련 글을 청탁받기도 하고요. 점점 인지도를 쌓아 좀 더 많은 지면, 유의미한 지면, 미술계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매체를 다루게 돼요.

 

Q.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작품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나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구체적인 단어와 문장을 이용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단 문장을 명확하게 쓸 줄 알아야 해요. 누구나 이 문장을 보고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문장력을 길러야 합니다. 두 번째는 단어나 어휘가 확실해야 해요. 특정한 단어가 포용하는 범위라고 할까요. 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사용할 때 원하는 의미에 최대한 가깝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특정한 단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야겠죠. 예를 들어 “형이상학적이다”란 표현을 쓴다면, 형이상학이라는 단어가 어디까지의 의미를 갖는지 구체적인 맥락 안에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의 완결성인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위한 도입부, 전개, 핵심 내용, 이를 뒷받침해줄 근거와 결론을 갖춰야 해요. 미술작품은 신문기사처럼 확실한 사건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모호한 대상을 다루기 때문에 글은 그보다 명료하고 정확하게 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또 그 작품에 대한 관점이나 태도가 신선해야 하겠죠.

 

Q. 말씀하신 내용을 학생들이 어떻게 훈련하면 좋을까요?
미술사나 예술이론 관련 서적보다 문학을 추천하고 싶어요. 문학작품에서는 어떤 대상을 묘사하고 그것을 구체화하여 특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좋은 예시가 많아서 글쓰기 훈련에 큰 도움이 돼요. 예술품이 아니라도 일상적인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것이 가진 이미지를 글로 설명해보는 훈련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예술 이론은 대학 가서 배우면 되니까요. 이런 훈련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에게 자기 작품을 설명할 때도 유용할 거예요.

 

Q. 예비 미술인이자, 미술계에 진입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미술사나
예술은 굉장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분야지만 책임이 많이 따르는 분야이기도 해요. 본인이 예술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자세가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단순히 미술이 갖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말고, 미술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예술의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고자 한다면 예술을 공부해도 좋을 거예요. 예술은 누군가에게 삶에 불필요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더없이 숭고한 영역이기도 하잖아요.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런 영역에 종사하는 것 자체가 개인의 삶에서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죠. 덧붙여 미술 평론가는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뿌듯한 일이기도 해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멋진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게 된다면 보람을 느끼지 않겠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저만의 관점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비평집을 한 권 내고 싶어요. 또 제가 지지하는 작가들을 위해서 밀도 있는 글이 들어간 평론집을 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의미 있는 작가를 많이 조명하며 건강한 미술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주어진 역할을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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