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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하고 감성을 찌르는 영상 비하인드더씬 뮤직비디오 감독 이래경
2018-01-31

분홍빛 머리의 소녀 같은 아이유, 품이 큰 재킷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보이시한 아이유, 최근 아이유의 ‘팔레트’ 뮤직비디오는 그녀의 음악을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물감들처럼 다채롭게 보여준다. 대중음악과 인디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그리는 이래경 감독. 그녀의 팔레트는 어떤 색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글 |김한울 기자

 

이래경 뮤직비디오 감독
계원예술대학교 영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 뒤 홍익대학교 영상영화과로 편입, 졸업했다.
도날드 시럽 조감독 생활을 하고 현재 BTS 프로덕션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아이유 - 어젯밤 이야기, 밤편지, 팔레트> <이승환 - 그저 다 안녕> <옥상달빛 - 희한한 시대, 인턴> <짙은 - 해바라기> 등을 연출했다.

 

INTERVIEW

 

Q.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해요.
초등학생 때부터 카메라 뒤에서 영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4학년 때 방송부에 들어가 생애 처음 6mm 캠코더로 도서관 홍보영상을 찍는데 희열을 느꼈죠. 공부보다 영화를 많이 봤고, 공상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낙서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대사와 그림들에 흐름이 있었으니 콘티 같은 개념이었던 것 같아요. 공업고등학교 디자인과를 진학해서 디자인 소묘, 컴퓨터 그래픽스 운용 기사 자격증 공부를 했었어요. 대학은 인터넷TV방송과에 진학했는데 커리큘럼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계원예대 영상디자인과에 반수해서 입학했어요. 계원예대는 교수님들도 젊고 기자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죠. 그 시절에 지미 집, 플라잉캠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계원예대에 다니는 2년 동안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때 배운 게 지금도 훌륭한 바탕이 됐어요.

 

 

Q. 처음 업계 진출은 어떻게 했나요?
계원예대 졸업 상영회 시상식에 용이 영화감독님이 시상자로 오셨어요. 운이 좋게도 제가 대상을 받아서 연이 닿아 용이 감독님의 프로덕션인 도날드 시럽에 스카우트 되었어요. 당시 감독님은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감독님께서 아이디어를 던져주시고 시나리오, 콘티, 모델 캐스팅, 타이틀 디자인까지 다 제가 맡아서 한 작품도 있어요. 그게 <버스커버스커 - 처음엔 사랑이란 게>였고 <왁스 - Coin Laundry>도 그때 한 작품이에요. 이후 도날드 시럽을 나와서 조감독 자리를 구하다 막내감독으로 들어갔는데 2, 3개월 동안 일이 없었어요. 제 적금 깨가면서 제작비는 우리가 충당할 테니 오피셜로 써달라고 역으로 제안해 겨우 찍은 게 <짙은 - 해바라기> 뮤직비디오였죠. 그 작품을 찍고 일 년 동안 일이 없어서 사촌 오빠 영상 회사 일도 도와주고 간간히 영상편집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다 포기하고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와중에, 다행히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죠.

 

Q. 대부분 혼자 작업한다고 들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하는 게 속도 편하고 제일 빨라요. 촬영 준비는 조감독이 도와주고 있지만 프리 프로덕션이나 포스트 프로덕션도 혼자 골방에서 작업해요. 평균적으로 촬영 전 15일, 촬영 후 15일해서 한 달 정도를 잡고 꾸준하게 밀도를 쌓아요. 조감독과 일을 분배하고 전문 포스트 프로덕션에 일을 맡겨도 되지만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불필요한 돈과 시간이 쓰인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테니까요.

 

Q.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영화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음악을 듣고 구상할 때 어떤 의도로 그런 장면들을 그리시나요?
요즘 뮤직비디오들은 트렌디하고 빠르게 이미지를 교차하잖아요. ‘그런 작품들 중에 정적인 것 하나 있으면 그게 더 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무엇보다 잔잔하고 호흡이 긴 영화적인 화법이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이유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을 좋아하지 않아요. 정적인 샷 사이즈들의 변주가 더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감정이 흔들릴 때, 상황이 변했을 때, 주인공의 시점 샷일 때만 핸드 헬드를 써요. <짙은 - 해바라기>는 어떤 소녀가 차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을 차 안에서 찍은 사진부터 이야기를 구상했어요. 마음을 사로잡는 키(Key) 이미지가 생기면 그 이미지는 꼭 작품에 넣어요. 반대로 글부터 출발하면 그 다음에 이미지를 찾아요.

 

 

Q.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리서치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작업이 없을 때도 핸드폰으로 서치를 하다 좋으면 무조건 저장부터 해요. 길 가다가도 괜찮은 곳이 있으면 찍어놓고, 지도로 위치를 캡처까지 해놓아요. 소스를 계속해서 축적해놓는 거죠. 그래야 작업할 때 바로 찾아 쓸 수 있어요. 만약 노래를 받고 나서 내가 쌓아온 것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면 또 리서치를 해요. 그럴 땐 잡지나 광고사진에서 찾아요. 드라마 타이즈의 뮤직비디오들은 8, 90년대 한국 영화들이나 한참 더 이전의 영화들에서 소스를 찾아요.

 

Q. 뮤직비디오라는 장르에서 감독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영상이 음악보다 앞서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영상은 음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철저하게 가사나 멜로디, 음율, 박자를 돋보이게 해줄 수 있어야 하죠. 그런 이유로 키포인트라 생각하면 영상에 가사를 쓰기도 해요. 아니면 작사가에게 직접 어떤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썼냐고 물어요. 가사를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도 정말 중요해요. 보는 사람이 몰입하기 좋게 생경한 얼굴이면 더 좋아요. 평소 SNS로 배우 서치도 많이 해요. 뮤직비디오는 대사가 없는 무언극이니까 이미지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눈빛 같은 표현력이요. 이 모든 작업들이 음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작업이죠.

 

Q. 뮤직비디오 현장에 여성들의 진출이 어려울까요?
10년 전에도 여학생들이 똑같은 질문을 했었어요. 특히 현장에서 여성이 버틴다고 해도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면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까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회라거나 심사하는 잣대들이 유독 여성 스탭에게 야박해요. 저는 말하면 말할수록 ‘여성’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것 같아 말을 잘 안 하려고 해요. 내 직업은 감독이지, ‘여성감독’이 아니니까요. 그런데도 이 질문이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것만 보면 여전히 개선된 건 없는 것 같아요.

 

 

Q. 영상 디자인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신다면?
인풋이 많아야 좋은 아웃풋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직접 체험과는 질적으로 완전히 달라요.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여행도 다녀보고 책과 드라마, 영화는 필수적으로 많이 봐야 해요.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는 게 제일 좋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 꿈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이었어요. 저도 지금 똑같이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이에요. 꿈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극작과에서 시나리오를 심도 있게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언제가 되었든 제 이야기를 쓰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1) 샷 사이즈 : 풀 샷(F.S) 미듐샷(M.S) 클로즈업샷(C.U) 등 카메라에 나타나는 거리와 피사체에 따라 7개의 형태로 구분한다. 피사체의 크기에 따라 사이즈가 나뉜다.
2) 시점 샷 : 주인공의 시선으로 보는 샷(P.O.V)
3) 핸드 헬드 : 촬영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는 촬영 기법
4) 드라마 타이즈 : 스토리가 있는 영상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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